“먼 나라를 여행 중이었다.

버스 운전기사가 사라져 버렸다.

한밤 중에 말도 안 통하고 혼자 있었다.”

00.md#0178

깜박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반딧불이가,

가볍고 반짝이는 것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해류에 몸을 맡기자 포근한 물이 얼굴을 감싸안았다

01.md#0179

낯선 곳에 도착했다

바람 속 냄새인지 땅 아래 콧노래인지

친구의 흔적만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의 유일한 단서가 된다

02.md#0186

그 순간 물기둥이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저 밑에서부터 솟아 오른다

피할새도 없이 순식간에 회오리에 휘감겼다가

산호초와 이끼가 푹신한 바다 맨 밑으로 떨어지고

바위 표면에는 내 무늬만이 남아있다

03.md#0180

2018년 9월 6일 비자림 저녁 문화제가 결국 취소된 후 친구들과 터덜터덜 잘린 나무들 사이로 걸어오던 길.

우리 너무 감정의 동요가 없는거 아닌가 물었다.

촬영하다 줄곧 올라오는 구토를 참아야 했던 것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다가 오늘 아침 문득 그게 어떤 발광을 목격한 충격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1. 개발에 찬성하는 송당 남성 주민의 "그만하라고 이 새끼야"

2. 조성일 가수의 마지막 곡은 왜 어쿠스틱이 되었나

(문화제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쫓겨나고 난 뒤)

3. 여성 주민들이 삼나무 둥치를 밟으며 환희의 꽹과리 춤을 추었다

04-1.md#0183

새집은 지어지고 친구는 떠난다

편지를 보낼 주소는 없는데,

누군가의 집은 이 세계에서 영영 사라져버렸다.

04.md#0181

가짜난민 가짜여성 가짜나무 가짜섬

06.md#0182

에밀리가 이우에게 불러준 노래

“爱的路上有你
 내 사랑의 길 그 위엔 당신이 있어

Having you on the way of love

我并不寂寞 나는 결코 외롭지 않아요

I’m not lonely

你对我那么的好
 내게 그렇게나 잘 해주다니

You are so nice to me

这次真的不同
 이번은 정말 이전과 달라요

It’s really different this time

也许我应该好好 把你拥有
 아무래도 당신 곁에 있어야 겠어요

Maybe I should stick to you

就像你一直为我 守候
 마치 언제나 당신이 나를 지켜줬던 것 처럼

Just as you are always guarding me

亲爱的人 亲密的爱人 사랑하는 당신, 다정한 내 사람

Dear you, my dear love”

- 매염방 <친밀애인>

07.md#0246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싶어 함께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낯선이가 기록하는 낯선 곳에 대한 영화였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법에 대한 영화이기도 했다

08-1.md#0187

انهم جيدين ويستطيعون ان يختلطوا بجميع الشعوب وانهم لولا الحرب .....

They are good and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며

they can mix up 어떤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다

with all people

If there is no war 만약 전쟁이 없다면 그들은...

they will…

08.md#0184

제주와 베를린을 오가며 살던 몇해 전, 나는 야스민을 만났다.

당시 예멘에서 온 이주자들이 제주에 도착했고 그들을 환대했던 소수의 사람들 중에 나의 친구들이 있었다.

제주와 예멘의 여성들이 함께 차를 마시는 모임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고,

곧 친구가 되었다.

09.md#0185

곧 사라질 친구의 집을 향해 걷는다

10.md#0245

‘저는 두 사람의 여성이 길을 걷는 뒷모습을 보고있습니다’

‘둘은 친밀한 관계처럼 보입니다’

11.md#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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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5

‘이곳은 대명그룹이 소유한 말의 목장이다’

‘그들은 목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말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12.md#0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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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6

다정하게 명확하고 희미하게 긋기/걷기

16.md#0190

카메라 뒤에서만 누군가와 가까워질 수 있던 때가 있었다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뷰파인더로만 바라보다

용기를 내어 다가가 말을 걸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곤 했다

17.md#0191

Jigsaw, diamond, fluffy edges

톱날, 다이아몬드, 솜털같은 가장자리

19.md#0202

도착하면 떠나고 떠나면 도착하는

서로 영원히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은

20.md#0203
월평마을 바닷가 해송과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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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4
월평마을 바닷가 하늘로 높이 뻗은 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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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도로가 생길 월평 마을 해안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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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5

서귀포 월평 마을 절벽 해안선 위. 새로운 도로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자 비어있던 밭에 어린 나무들을 심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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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밭 왼쪽 옆 길을 따라 걷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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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7
해송과 다양한 넝쿨들로 가득한 웚평 바닷가 절벽 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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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8
도로가 들어올 것을 알리는 빨간 깃발이 밭 위에 꽂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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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0
하늘 구름 바다 초록 넝쿨 해송이 함께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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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9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부분적으로 보이는 회색 전함. 그것을 가리고 있는 회색 벽과 철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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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8부두 미군 부대. 이 담장 뒤에 세균전무기실험실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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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 큰 길에 맑은 하늘과 산 봉우리 몇개가 전경에 보이고 좌측에 마을회관 건물과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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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 마을회관 앞 큰 길. 일주일에 두번 새벽 6시. 미사일 기지 건설 자재를 들이려는 경찰 백여명이 버스를 타고 도착하고 막으려는 주민들이 기도회를 여는 장소. 2016년까지 강정마을과 닮은 모습의 시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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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대추리가 이전 되어 온 대추리. 주민들이 함께 일구는 텃밭. 빈 곳 하나 없이 만져진 땅. 강정에서 농사 짓는 정선녀 활동가가 코멘트 중. 화면은 왜 인지 거꾸로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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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리에서 대전을 들렸다가 군산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보이는 늦은 오후 지고 있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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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시루떡과 야채 종이로 만든 경항모 모형. 반대 시위 때 먹어 없애자고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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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앞에 모여 팥시루떡과 야채, 종이로 만든 경항모 모형. 먹어 없애자, 경항모 예산도 취소하자는 뜻. 결국 예산은 통과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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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죽어가는 귤나무. 마른 잎과 줄기를 접사로 촬영한 영상. 노란 귤은 익은 채로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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