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작고 여린 풀을 발견할 때면, 손을 배경으로 만들어 그 것들의 그림자를 받아보곤 한다.
작은 사물들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순간마다 존재라는 낱말이 차올라 깊어지곤 했다.
물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무런 생각이 난다. 옛친구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런 멜로디가 떠오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다가도, 그냥 이 곁의 빈 공기를 조금은 더 알아보고, 혼자 저벅저벅, 환경에 새겨진 메세지 하나, 하나를 조금은 더 읽어볼 수 있는 시간, 듣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예전에 거리에서 한쪽 다리가 없는 늙은 개와 몸집이 큰 어느 나이든 남자가 걸어가던 뒷모습을 보았다. 낯선 나라의 화려한 화려한 도시의 길가에서 무언가 올라왔다. 개는 나이든 남자의 걸음을 천천히 앞서 걸어갔다. 몸집이 큰 남자는 작은 몸집의 개에게 의지하며 길을 갔다.